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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을 내보낸다? 조상을 천도한다?무속 이야기 2020. 5. 18. 09:17
모든 것은 관계로서의 결과이기 때문에 조상을 보내고, 천도는 말이 안 된다.
불교에 공성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비어 었다는 뜻으로 해석을 많이 한다. 하지만 절대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비어있다는 말은 독립적인 실체라는 것이 비어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실체는 관계로서의 존재라는 것이며 이것은 화업장엄법계로 나타난다. 화엄장엄법계란 무한한 관계성을 의미한다.
이 말은 나란 사람은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무한한 관계로서 나란 사람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란 사람을 제외한 요소를 빼버리면 나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 외부에 사물들이 있기에 그 사물과 관계성의 의해서 나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속에서 말하는 조상님도 이와 같다. 조상님이 있기에 나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고 조상님을 부정하면 나란 사람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은 관계성의 의해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좋고, 나쁘다는 것도 관계성의 의해서 우리가 해석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뿐인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2대조 외할머니가 좋은 영향을 미치면 좋은 사람이고 나쁜 영향을 미치면 좋지 않은 조상인가? 아니다 조상은 조상일뿐이다. 다만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지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이며 이것이 지속적으로 영원히 계속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조상을 모시고 대접해 드리는 것은 무속의 기본 사상이다. 무속은 영과 소통을 하고 조상과 소통을 하면서 자손의 앞날에 좋은 영향을 미쳐 자손이 잘 먹고 잘살게 해 달라는 하나에 재롱 잔치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무분별하게 좋지 않다고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긴다. 이승과 저승은 구분할 수 없다. 현재 살아가는 삶이 고통스러우면 지금 내 삶이 저승이기도 한 것이다. 말은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지적 수준에 맞춰서 조상님도 나타나는 것이다.
조상님이 객사를 하셨다고 하더라도 현재 나의 지적 수준이 높다면 나의 지적 수준에 맞게 나타나는 것뿐이다. 그럼 이 조상은 객사를 하셨기에 내보내야 하는 조상인가? 아니다. 내보낼 조상이 아니라 오히려 객사를 하셨기에 못다 한 삶이 있을 것이다. 이 삶을 자손이 조상을 대신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무속에 대신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큰 신이란 뜻이 아니다. 대신할 대자를 사용해서 신을 대신한다는 말이다. 조상이 신을 대신해서 오는 것처럼 반대로 자손이 조상을 대신한다는 뜻도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조상을 내보내고 천도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은 조상으로 우리가 걸맞은 대접을 해드리면 되는 것이다. 꼭, 굿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조상이든 나를 있게 만든 요소이기에 이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 삶에서 유용한가 유용하지 않은가로 판단을 해서 유용한 것은 더 키우고 유용하지 않은 것은 키울 필요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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