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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을 보내는게 가능한가?무속 이야기 2020. 4. 9. 08:46
기억을 지울 수 없듯이 조상도 보내는 게 아니다.
우리가 기억을 없애고 지울 수 있나? 그렇지 못할 것이다. 기억은 잊혔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지 그 기억이 사라지진 않는다. 평소에는 잊고 있다가 어떤 말이 화두가 되어서 그 기억을 건드리면 사람은 그때 그 기억을 주절이 주절이 이야기를 한다. 군대에 있었던 이야기, 자식이 어릴 때의 모습 등을 회상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물론 기억에는 좋은 기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프고, 슬프고, 고달프고, 화나고, 억울했던 기억들도 우리의 뇌 속에 저장이 되어 있다.
이렇게 평소에 잊고 지내고 있다가 어떤 상황이나 말이 그때 그시절에그 시절에 나를 건드리면 과거의 기억을 나를 찾아와 "똑똑" 문을 두드린다. 이 문을 열고 그때 그 시절에 나를 맞이하면 이야기가 쏟아지게 된다. 무속에서 말하는 조상도 이와 같다.
나란 사람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유전 인자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맥, 정 씨 가문 등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무속에서는 이것을 부리(뿌리)라고 표현을 하는 것 뿐이다.
기억이 어떤 계기가 되어서 불현듯 상기가 되듯이 우리의 조상님도 어떤 계기가 되어서 불현듯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이때 찾아온 기억이 좋은 기억이면 혼자 생각하다가 입가에 미소를 짓기도 할 것이며 좋지 않은 기억이면 서스 레를 친다. 또한, 말할 친구가 있다면 이러한 과거 기억을 주절이 주절이 말로 뱉어내어 그때 그 시절의 나로 되돌아가 이야기를 할 것이다.(이때 사람들에 얼굴 모습을 보면 그때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것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그 기억은 다시 수면 아래로 들어가 잊혔다고 착각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가 잊혀졌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며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고 말을 하듯이 우리의 조상님도 까마득하게 계시다가 어떤 계기로 자손을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없앨 수 없듯이 나를 찾아온 조상도 내보내고 없앨 수는 없다. 다만 기억이 올라왔다가 다시 잠잠해지듯이 조상님도 대접을 해 드리면 다시 잠잠해지는 것뿐이다. 나에게 좋은 기억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듯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조상님도 이와 같다. 반대로 나에게 좋지 않은 기억은 내가 잊고 싶고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없어지지 않듯이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조상님도 내보낼 수 없다. 우리가 좋지 않은 기억을 말로 뱉어 냈을 때 그 기억이 없어지진 않지만 속은 좀 후련하듯이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조상님도 무당의 몸에 실어서 말로 뱉어내면 조상님은 자손이 자기를 알아봐 준다고 생각하여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이게 된다.
나한테 오신 조상을 내보내고 없앤다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행위인 것이다. 나의 가문을 부정하는 것이다. 나의 탄생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정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전혀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차라리 부정을 하지 말고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 물어보고 그 답을 듣고 그 답을 행동으로 옮겨서 실천해 주는 것이 더 현명한 행동일 것이라 여긴다.
기억을 없앨 수 없듯이 조상도 없앨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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